개인택시와 경제적 자유

개인택시를 하면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시간의 자유, 행동의 자유, 선택의 자유, 거주의 자유는 가능할 것인가?

많은 이들이 자유로운 직업인 개인택시를 꿈꾼다.

일하다가 마음이 내키면 차 트렁크에 낚시대를 싣고 자유롭게 떠난다.

낚시를 즐기고 싶으면 바다로 가고 등산을 하고 싶으면 산으로 가고…

이번 글에서는 개인택시를 하게 되면 과연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인지, 문제점은 없는지 자세히 살펴보겠다.


개인택시의 좋은 점

먼저 장점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 직장 상사가 없다.
  •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있다.
  • 재택은 아니지만 집에서 출퇴근 할 수 있다.
  •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다.
  • 투자금이 1억이지만 나중에 회수할 수 있다.
  • 영업용 차를 자가용으로 원칙적으로는 안되지만 간간히 사용은 할 수 있다.
  • 초기 홍보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손님이 있다.
  • 손님을 찾으러 영업을 다닐 필요가 없다.
  • 한달간 해외여행을 다녀와도 손님이 그대로 있다. 줄지 않는다.
  • 몸이 아파 한달 입원했다가 다시 일해도 손님이 한달 전 그대로이다.
  • 육체적으로 무거운 짐을 들거나 땀 흘리는 일이 아니다.
  • 정신적으로 복잡한 계산을 하거나 자료를 수집하거나 계속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
  • 요즘처럼 폭염이 긴 여름에 시원하게 일하고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실내에서 일한다.
  • 폭우에도 비 맞을 일이 없어서 좋다.
  • 수입이 안정적인 편이다.(코로나, 전염병, 불경기 때에 안 좋음)
  • 사무실 안에서 하는 일이 아니고 돌아다니기 때문에 갑갑함이 덜하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많은 이들이 꿈꾼다.

버스기사로 일하는 분이 버스 정년 퇴직하면 개인택시를 사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얘기도 들었다.

변호사나 5급 공무원이 개인택시를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변호사 분은 자기가 농담한 것으로 오해 할까봐 정말 진지하게 고민한다고 말했다.

“변호사라고 돈을 다 잘버는 것도 아니고 스트레스 심하고 남이 저지른 사고 뒷처리 하는 일에 회의를 느껴서 개인택시를 하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사람들과 만나 대화도 나누는 일이 좋아 보여서 정말 개인택시를 하고 싶다”고 말한적이 있다.

5급 공무원이라는 분은 이렇게 말했다.

“자기는 사무관인데 매일 12시가 되어야 집에 가고 조직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심해서 개인택시를 하고 싶다” 고 했다.

내가 아는 공무원 이미지와는 너무 달라서 의아해 했다.

6시면 정시 퇴근하고 신분 보장이 되니 상사 눈치 안 보고 자기 할 일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분은 말했다.

“6시에 정시 퇴근하는 공무원은 주민센터 같은 곳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방 공무원이 아닌 국가공무원은 12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앞으로 승진에 연연하지 않으면 회식같은 것에 참여 안하고 맘대로 집에 가면 되지만 승진도 하고 더 높은 자리에 가려면 회식 자리도 챙겨야 하고 인맥도 만들어야 한다. 일반 회사와 별 다를 것 없다”고 말했다.

하나 더 붙여서

“지방 공무원들도 산불기간에는 산불 감시하느라 주말에도 강제 동원되고 여름 수해, 전염병, 각종 이슈가 생기면 여기 저기 동원되느라 힘들다”

우리가 아는 공무원에 대한 편견을 깨는 말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택시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흔히 예전에는 이런 말이 유행했었다.

“하다 안되면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 뭐”

“다 때려 치고 치킨집이나 할까? 맘 편하게 치킨이나 튀기고 싶다”

“나이 들면 개인택시나 하나 사서 슬슬 일하면서 노후를 즐겨야지”

농사의 경우에는 생각보다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

원래부터 농사를 짓는 분들은 머리 속에 다 지식이 저장 돼 있어서 집에 책이 없다 뿐이지, 책으로 적어 놓으면 30권 정도의 분량은 될 것이다.

또 책으로 적어 놓은 걸 읽었다 해도 실패하거나 나무에 열매가 안 열리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그 지역의 기후나 토양이 특이하기 때문인데 그 동네 어르신들에게 그 지역만의 노하우를 따로 전수 받아야 한다.

치킨집의 경우에는 좁은 곳에서 하루 종일 기름 냄새를 맡고 일하다 보면 머리도 아프고 몸에 기름 냄새를 매일 뒤집어 써야 한다.

기름 유증기로 인해 폐암에 걸릴 위험도 있다.

또 치킨집 영업을 준비하기 전에 매일 해야 하는 잔일 같은 것은 생각보다 많고 일이 끝나고 기름 청소하고 폐오일도 따로 모아야 한다.

준비하고 정리하고, 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많고 일이 고되다.

매일 좁은 곳에서 일하다 보면 갑갑하고 스트레스도 쌓인다.

체인점 본사와 갈등이라도 생기면 더 큰 스트레스가 생기고 적자 운영이라면 후회가 생긴다.

그런 것에 비하면 개인택시는 동경의 대상이다.

농사일처럼 따로 배워야 하는 것도 없이 운전면허만 있으면 할 수 있다.

태풍이 오거나 작물이 실패해서 적자날 일도 없다.

일 시작하기 전 준비할 필요가 없고 일 끝나고 간단히 청소만 하면 그만이다.

휴가를 가고 싶고 며칠 쉬고 싶어도 치킨집은 마음대로 문을 닫을 수도 없다.

손님이 줄기 때문이다.

때로는 손님들이 화를 내거나 항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택시는 맘대로 할 수 있다.

이 정도면 개인택시의 좋은 점은 충분히 설명한 것 같으니 이제 다음 섹션에서 안 좋은 점을 얘기해 보겠다.


개인택시의 안 좋은 점

단점을 간단히 정리해 보겠다.

  • 1억 이상의 목돈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 밤에 일할 시 취객에게 봉변을 당한다.
  • 농사나 장사의 경우 잘 되면 10억 이상의 자산을 만들 수 있지만 개인택시는 아무리 잘해야 먹고 사는 수준이다.
  • 즉, 직원을 두어 사업을 키우거나 체인점을 만들어 사업을 확장 시킬 수 없고 그냥 1인 자영업이다.
  • 일하는 순간부터 몸에 무리가 온다. 앉아 있는 자세가 관절건강및 순환기에 안 좋다.
  • 좋은 손님도 만나지만 쓰레기 같은 인간도 반드시 만난다. 며칠간 정신적 후유증을 겪기도 한다. (밤이 아닌 낮에만 일해도)
  • 전세계적으로 자율주행 이슈가 있다. 면허를 헐값에 사들이려는 정부와 싸움이 시작될 수 있다.
  • 사무실에서 고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에 비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 1년에 평균 2번이상의 사고는 겪게된다. (내 잘못 없이 다른 차가 와서 들이 받는 경우 포함)
  • 돈이 좀 벌릴 만하면 경기침체로 손님이 준다.
  • 돈이 좀 벌릴 만하면 코로나, 메르스 같은 전염병 때문에 손님이 준다.
  • 못배운 사람, 무식한 사람이라는 선입관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아서 그런 대우나 눈빛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 무식한 사람이 벤츠를 몰다 실수하면 주변 운전자가 아무말 안한다.
  • 인품이 훌륭한 개인택시 기사가 실수하면 30대 젊고 무식한 운전자가 창문을 열고 말한다. “에이, 평생 택시운전이나 하며 살아라”
  • 운전 자체가 보행자나 신호를 주시하면서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다.
  • 교통체증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 월 고정비, 유지비가 100만원 정도이니까 그 이상의 돈을 벌어야 순수익이 생긴다.
  • 아무리 자유롭다고는 하지만 일을 안 하면 수입도 없다. 일을 아예 안 하면 적자이다.

안 좋은 점을 이상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강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 한다.

나를 무시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찌하겠는가? 내가 그들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건강에 대해서는 내가 주의를 기울이면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운전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허리에 무리가 온다.

푹신한 의자에 푹 눌러 앉는 순간부터 허리가 안 좋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운전에 신경 쓰느라 통증 신호를 잊을 수도 있고 돈 버는 것에 집중하려면 그런 것은 참아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다리이다.

두 다리를 땅에 붙이고 체중과 중력을 받게 설계되어 있는 두 다리가 운전 할 때는 공중에 떠있다.

마치 중력이 없는 우주에 있다가 온 우주인처럼 다리 근력이 부실해진다.

무릎 관절염이 심해진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잘 알고 있지만 마음대로 못하는 이유가 있다.

차에서 자주 내려서 허리를 펴면 되는데 너무 자주 하면 돈을 못번다.

걷기 운동이나 런닝, 등산 등을 하면 되는데 쉬는 날이 되면 몸의 피로를 풀기 위해 쇼파에 누워서 피로를 푼다.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피곤한 몸은 운동 대신 누워서 TV 보는 것을 선택하게 만든다.

건강을 위해 일을 줄이면 수입이 줄어들고 수입이 늘면 건강이 나빠지는 숙명을 가진다.


개인택시와 경제적 자유

위에서 장점과 단점을 살펴 보았다.

개인택시는 경제적 자유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겉보기에는 행동의 자유, 시간의 자유, 선택의 자유, 거주의 자유가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각각의 경우를 살펴 보겠다.

행동의 자유

일하지 않는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지만 생계를 위해 하루 15시간씩 개인택시를 운행한다면 행동의 자유는 없다.

반면 ‘돈을 벌기 위해’ 개인택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행동의 자유는 있다.

공무원이나 직장인의 경우 치과 진료나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가려면 눈치를 보거나 반차를 쓰거나 해야 하는데 개인택시는 이런 면에서 자유롭다.

시간의 자유

일한 만큼 돈을 벌고 쉬는 만큼 돈을 못 번다.

서예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여행을 하거나 할 때도 수입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므로 시간의 자유는 없다고 봐야 한다.

선택의 자유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 좋은 사람만 만나고 싫은 사람은 안 만날 수 있는 것이 선택의 자유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것이 선택의 자유이다.

개인택시는 선택의 자유는 없다고 봐야 한다.

거주의 자유

외국에서 한달을 살다 와도 치킨집과는 다르게 개인택시는 손님이 그대로 있어서 바로 돈을 벌 수 있다.

한달 동안 일 안했다고 뭐라 하는 손님도 없다.

하지만 한달 동안 외국에서 돈을 벌 수는 없다.

한달 수입이 제로인 것이다.

제주도는 가능할까?

한 달 동안 제주에 살면서 택시로 돈을 벌면서 생활하는 것 말이다.

택시는 자기가 면허를 받은 곳에서만 돈을 벌 수 있어서 이것은 불가능하다.

심지어는 같은 제주도 택시라도 서귀포 택시는 서귀포에서만 운행해야 하고 제주시에서 운행하면 불법이다.

서귀포에서 제주시까지 손님을 태울 수는 있으나 바로 서귀포로 복귀해야 한다.

제주시에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


결론

개인택시는 경제적 자유와는 거리가 먼 것을 알 수 있다.

겉으로는 자유로운 것 같지만 완전한 자유는 아니다.

더더구나 생계유지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면 자유가 아닌 중노동이며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다.

생계유지가 아닌 심심하지 않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도 건강상 안 좋고 교통체증 때문에 정신적으로 좋지 않다.

그냥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미친 사람, 이상한 사람을 만나 상처 받을 확률도 높다.

일단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택시 기사는 약자이고 고급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공격 당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고독하지 않기 위해 적절히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외국어 학원, 독서 모임, 등산, 운동 모임, 여행 같은 취미 생활을 권하고 싶다.

노후에 개인택시를 했다가 크게 상처 받아서 죽을 때까지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도 있다.

어떤 80대 개인택시 기사가 이런 말을 했다.

“아침 10시 쯤에 20대 남자가 타더니 다짜고짜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를 질렀어.”

“너 같은 놈들 때문에 우리 같은 젊은이들 일자리가 없는 거야!”

백발의 할아버지는 남에게 피해준 것 없고 그저 개인택시 하나 했을 뿐인데 크게 상처 받은 듯 힘이 없어 보였다.

하루 이틀로는 마음의 상처가 치료될 것 같지 않았다.

억울했을 것이다.

개인택시는 20대 젊은 사람이 하려고도 하지 않는 직업이고 무슨 일자리를 뺐었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사회에는 미친 사람, 이상한 사람이 많이 존재한다.

이들은 벤츠 타는 사람에게는 이런 말을 할 용기도 없고 자신도 없다.

“너 같은 놈들이 벤츠 타니까 우리 같은 젊은이들이 벤츠 못타는 거야!”

이런 말은 못한다.

이상 개인택시와 경제적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다.

경제적 자유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알아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